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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폭력, 진실 규명으로 맞서자영화 <자백> 상영회 참관기
지난 8일 (일) 세월호 천일을 맞아 영화 <자백> 상영회가 열렸다. ⓒ<뉴스 M> 유영

[뉴스 M (뉴욕) = 경소영 기자] 세월호 참사 999일을 맞은 지난 8일. 뉴욕 등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겨울 폭풍이 와서, 주말 내내 눈이 많이 쌓였다. 전날 오후부터 눈이 그쳤지만, 눈 쌓인 도로와 강추위를 뚫고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까 걱정이었다. 

물론 걱정은 기우였다. 예정 시간 1시간 전부터 두꺼운 코트를 걸친 한인들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자 하는 약 100여 명의 한인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행사장은 어느새 온기로 훈훈해졌다. 세월호와 박근혜 게이트 진상 규명으로 오랜 기간 집회에서 만나온 동포들은 정겹게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행사 진행은 ‘뉴욕·뉴저지 세월호를 잊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 김대종 대표가 맡았다. 그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며, 반가운 얼굴로 참석자들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미소는 씁쓸한 표정으로 변했다. 세월호 참사 1000일, 그리고 여전히 진상 규명이 되지 않은 세 번째 새해를 맞이한 탓이다.

행사 진행을 맡은 뉴욕 뉴저지 세사모 김대종 대표 ⓒ<뉴스 M> 유영

김대종 대표는 이러한 시점에서 영화 <자백> 상영회를 연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천일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 동안, 유가족은 웃을 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정부는 피해자인 세월호 유가족을 가해자로 만들었습니다. 자녀를 잃은 것으로도 힘겨운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지금 영화 <자백>을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가의 거짓에 피해를 입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국정원의 간첩 조작으로 인해 선량한 시민들의 인생이 망가지고 국가는 침묵하는 내용의 <자백>은 세월호와 양상이 비슷합니다. 영화를 통해 진실 규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권력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함께 지켜봅시다.” 

김대종 대표의 발언 후 416 TV에서 제작한 영상을 함께 보았다. 세월호 천일을 맞아 유가족들이 국민에게 보내는 새해 감사 인사가 담겼다. 천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주어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린다. 천일이 지났지만 유가족 뿐 아니라 국민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평범한 시민은 그저 자식의 죽음에 대해 알고 싶다. 그런데 책임자는 침묵하고, 유가족은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한다. 이해되지 않은 이 상황이 천일 동안 지속됐다. 참석자들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유가족의 마음을 껴안아 가까스로 분노를 눌렀다. 

영화 <자백>이 시작됐다. 친오빠가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여동생 유가려 씨의 인터뷰로 영화는 시작한다. 국정원에 끌려가 6개월간 구금당하고 거짓말을 강요받아, 결국 법정에서 허위 자백을 하고 만다. 검사의 질문에 울음섞인 목소리로 ‘네, 네’라고 말한 게 전부이지만 말이다.

바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이다. 동생의 허위 자백과 공문서 위조 등이 밝혀셔 유우성 씨는 거의 3년 만에 결국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여동생은 추방됐고 그의 인생은 많은 부분에서 무너졌다. 그뿐 아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는 유우성 씨 사연 말고도 무수히 많았다.

30, 40년 만에 무죄가 선고된 사람들도 있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당사자들은 70년대에 간첩으로 몰려 희생당했다. 지금은 노인이 되었다. 무죄가 하나둘 밝혀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날을 감옥에서 보냈거나 세상을 떠났다.   

영화 <자백>의 한 장면. 간첩 조작 사건으로 피해입은 사람들은 하나둘 무죄를 선고받고 있다. 그러나 책임자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한다.

최승호 감독은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끈질기게 취재하며 진실을 밝히고자 발로 뛰어 다녔다. 그러다가 간첩 조작의 주동자 김기춘을 공항에서 만난다. 그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의 뻔뻔함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려 놓고도 죄의식이 없다. 그의 간첩 조작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100여 명의 희생자들, 그리고 최근에 무죄로 밝혀진 사건들의 목록이 영화 마지막을 장식한다.

조작, 공포를 이용해 국민을 통제하는 것이 국정원의 방식이다. 이러한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다. 이는 곧 국가도 이러한 통제 방식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2017년 현재도 밝혀지지 않는 간첩 사건은 많다.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국가의 통제 방식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천일을 맞아 한 자리에 모인 한인들도 영화를 보고 같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영화 상영 후 질문 및 자유 발언을 하는 시간에 하나둘 손을 들어 세월호에 대한 답답함과 분노를 드러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말이 이런 것이던가. 모든 이들의 눈빛은 '진실'을 원하고 있었다. 영화 <자백>을 통해 공권력의 실체를 목격한 사람들은 이제 세월호의 진상 규명이 더욱 간절하다. 세월호 참사 천일이 되도록 밝히지 못한 세월호의 진실, 국민에게 낱낱이 밝혀질 날이 머지 않았다. 

경소영  soyoung@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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