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가 필요하다는 목사의 아내
담임목사가 필요하다는 목사의 아내
  • 백의흠 목사
  • 승인 2023.01.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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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사의 Philadelphia Diary

새해를 시작하면서 일본의 윤 선교사에게 선교 헌금을 보냈다. 윤 선교사는 내가 가르친 제자다. 내가 인천 계산교회에서 처음 부목사를 하면서 대학, 청년부를 지도했는데, 그때 일본어를 전공하는, 착하고 성실한 대학생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 이랜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총신 신대원에 가서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고,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다가 그곳에서 일본 선교사로 파송, 10여 년을 일본에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내가 지도한 학생들이 목사가 되고 선교사가 되니 마음이 뿌듯하고 좋다. 그 당시 청년부 회장도 목사가 되어 중국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다.

계산교회에서 사역은 벌써 30년 전의 일이라 오랜 세월이 흘렀다. 아내를 만나 결혼하면서 나는 계산교회를 떠나 서울 효성교회로 부임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만났다. 윤 선교사가 작년에 자기의 큰 축복 중 하나가 백 목사님을 다시 만난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윤 목사는 1년 전에 폐암을 발견하여 지금 투병 중에 있으면서 투병 일기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사랑하는 윤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작년 말에 윤 선교사에게 선교비를 보내겠다고 Information을 알아내고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송금할 수 있어서 내 마음이 너무 기쁘다.

오늘은 업무를 시작하는 첫날이기 때문에 은행에 사람이 많았다. 미국계 은행에 가면 한참 기다리지만 한국계 은행은 직원들이 무척 빠르게 업무를 보아 항상 빨리 일을 끝낼 수 있었는데 오늘은 30분이나 걸린다.

매달 정부에서 나오는 돈을 찾으러 할머니들이 많이 왔다. 나는 은행에 deposit할 돈과 송금 내역을 모두 적어 왔기 때문에 그냥 입력만 시키면 되지만 그래도 처음 송금은 은행원이 적을 것이 많다. 손님이 너무 길게 줄을 서니 입출금을 담당하는 직원이 아닌 다른 직원이 도와주었지만 나도 시간이 걸렸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은행에 왔지만 오늘 가게 시간은 늦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입금과 송금을 하고 주차장으로 나오니 차에서 기다리는 아내가 펼친 성경을 옆에 놓고 있었다. 차 안에서 나를 기다리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자 성경 3장을 읽었다고 한다.

새해 첫 주일 내 설교 제목은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하라"였다. 신앙생활을 수십 년 했어도 성경을 한 번도 정독하지 못한 교인들이 많은데, 금년에는 성경을 적어도 한 번은 일독을 하라고 했는데, 담임 목사의 말에 순종하기 위해서 성경을 읽었다고 한다.

아내는 항상 자기에게도 남편이 아닌 담임 목사가 필요하다고 나에게 하소연한다. 상담도 하고 신앙 지도도 받을 목사 말이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꼈는데...

"이제야 내가 아내의 담임목사가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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