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하나님 돈!
내 돈? 하나님 돈!
  • 백의흠 목사
  • 승인 2023.01.17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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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사의 Philadelphia Diary

우리 가게에 와서 오픈 시간과 주일에 문을 여는지 묻는 손님들이 자주 있다. 그때마다 아내는 주일에 문을 닫고 교회를 간다고 대답한다.

우리 엘림교회를 처음 시작할 때 같이 개척에 참여한 집사님이 있었다. 필라에서 20여 년 생활하는 동안에 미국 식품점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 식품점을 크게 시작했다가 결국에는 문을 닫고 이민 생활의 모든 기반이 무너졌다.

이분이 우리와 만날 당시에는 Temple 대학 내 도로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음식을 파는 Vender를 하고 있었다. 생활하기에 충분한 돈은 벌 수 있지만 너무나 힘든 일이다. 내가 매주 심방을 가면 두 부부가 좁은 차 안에서 화장실도 못 가고 힘들게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이분이 한국 식품점을 하면서 아쉬웠던 고백을 한다. 모든 가게들이 마찬가지지만 한국 식품점은 주일 장사가 제일 잘된다. 특별히 한국 사람들은 주일 예배를 드리고 마켓에서 장을 보고 가기 때문에 손님이 넘친다.

그런데 신앙 양심상 주일에 문을 열 수가 없어서 문을 닫았더니 매출이 급감했을 뿐만 아니라 고기와 야채가 하루를 지나는 동안 신선도가 떨어지고 때로는 버려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문을 열었다가 또 마음에 찔려 닫곤 했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다가 결국에는 가게 문을 완전히 닫고 빚을 지게 되었다.

이분이 나에게 이런 고백을 했다.

"목사님! 내가 주일 가게 문을 닫아서 가게가 망했다면 오히려 떳떳했을 텐데 가게 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하면서 망해서 부끄럽습니다. 목사님들은 주일 가게 문을 닫으면 하나님께서 다음 날 채워 주신다고 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냥 주일의 매상은 하나님께 드린다고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장사하는 사람은 누구나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주일 문을 닫는다고 하나님께서 월요일에 반드시 채워 주시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채워 주실 수도 있고 안 주실 수도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이고 내 소관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하나님을 의지하며 하나님께 맡기면 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일 문을 닫았다고 가게가 망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가게를 붙들어 주시고 손님들을 보내서 손해 보지 않도록 넉넉하게 채워 주신다.

10년 전에 여기 필라델피아 신문 인과러지에 한 기사가 났다. 봄이 되면 필라 시내에서 달리기 대회를 한다. 그때는 수천 명이 모인다. 달리기 대회를 시작하는 출발점 근처에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grocery가 있다. 그런데 이 가게는 주일에 문을 닫는다.

자기 교회 목사님이 주일은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고 해서 문을 닫고 교회를 간다. 주일에 문을 닫는 것을 아는 달리기 대회 주관자 측과 시 당국에서 그날만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게 문을 열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 주인은 가게 문을 끝까지 안 열었다. 다음 날 기자가 그날 하루 장사하면 한 달 장사한 돈을 벌 수 있는데 성수 주일을 위해 그 돈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기사를 신문에 올렸다.

장사하는 우리 입장에서도 주일의 매상을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게를 할 때부터 주일 장사는 전혀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미국 Mall에서 장사를 할 경우 자기네가 마음대로 문을 닫으면 규칙에 어긋나 쫓겨날 수 있다. 우리 가게도 작은 Mall 안에 있어서 주일 영업을 해야만 한다면 가게를 하지 않으려고 건물 landlord에게 문의를 하였다.

마음만 먹으면 쉽지만 세상 걱정과 장사 욕심을 가지면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Salesman들이 와서 자주 말한다. "Sunday에 가게 문을 열면 한달 렌드비가 나오는데 왜 문을 닫습니까? 교회 갔다 와서 문을 열거나 종업원들에게 맡기면 되지 않습니까? 교회 다니는 사람들 다 그렇게 합니다."

우리로 하여금 고민 되게 하는 말이지만 전혀 고민이 되지 않는다. 특별히 주일에 날씨가 화장하고 좋으면 그날 사람들이 돈을 다 써버려 월요일에는 매상이 현저히 떨어진다. 우리 가게 문을 닫으면 그 손님이 다음 날 우리 가게에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게를 찾아간다. 마음이 쓰리다.

그러나 이 돈을 하나님께 드린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마음도 아프지 않고 하나도 아깝지 않다. "그 돈은 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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