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을 앓는 교인
조현병을 앓는 교인
  • 정준경 목사
  • 승인 2023.01.31 0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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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경 목사의 우면산 아래서

누가복음 14장에는 한 바리새인 지도자가 안식일에 예수님을 초대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수종병에 걸린 한 사람이 주님 앞에 있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이 안식일에 이 병자를 고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덫을 놓은 것입니다. 예수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님은 그를 고쳐주셨습니다. 덫인 줄 아셨지만 밟으신 것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무너뜨리려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수종병 환자를 이용했습니다. 병자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예수님의 사랑도 미끼로 삼았습니다. 성경을 그렇게 열심히 읽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이렇게 악한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면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님처럼 덫인 줄 알면서도 밟을 것입니다.

몇 해 전에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주일 예배에 오셨습니다. 그날 설교 시간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설교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큰 소리로 혼잣말을 시작한 것입니다.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그건 틀린 말이라고 나무라기도 하셨습니다. 목회자들이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더 큰 소리로 화를 내셨습니다.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조현병을 앓고 원룸에서 혼자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그 다음 주일에도 나오셨고 교우들은 예배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예배 후에 운영위원회가 모였습니다. 저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운영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운영위원회에서 어떻게 하기로 결정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운영위원회에서 많은 토론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새가족들이 다른 교회로 가더라도 이 아주머니는 우리 교회에서 안고 간다. 그리고 기존 성도들은 더 집중해서 예배한다.” 이렇게 결론을 내린 이유는 이렇습니다.

“새가족들은 모든 교회에서 환영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아주머니는 어느 교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 아주머니를 품고 함께 간다.”

운영위원회의 결과를 듣고 저는 “자기들이 담임목사가 아니라고 이렇게 결정을 해도 돼요? 앞으로 어떻게 목회를 하라고...”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는 주님께 울면서 감사했습니다. “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헛되게 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이게 교회입니다. 큰 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그 후로도 아주머니는 계속 나오셔서 동일하게 예배하고 점심을 맛있게 드시고 가셨습니다. 나중에는 새벽기도회에도 나오시고, 수요기도회에도 나오셨습니다. 우리는 아주머니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주머니는 가끔 친절하게 받아주시기도 하고, 큰 소리로 화를 내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에 갑자기 아주머니가 교회에 오시지 않았습니다. 아주머니의 집으로 여러 번 찾아갔는데 그때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몇 달 후에 아주머니를 교회당 앞에서 만났습니다. 아주머니는 저를 알아보셨습니다.

그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네에서 소란을 피우니까 누군가 신고를 한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아주머니는 우리 교회에서 자신이 한 행동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니셨답니다. 그런데 병을 앓기 시작한 후로 가는 교회마다 쫓겨났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 예배하고 싶었답니다. 목사님 교회에서는 자기를 쫓아내지 않아서 고마웠다며 교회가 참 따뜻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주머니는 이제 몸이 아파서 혼자 살기 힘들어서 시설로 들어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잠시 집을 정리하러 오신 것입니다. 그 후로 아주머니를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 잠시 다녀간 하나님의 딸이었습니다.

바리새인의 집에 있었던 병자는 고귀한 신분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이용해 먹을 만큼 만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를 위해서 덫을 밟으셨습니다.

언젠가 청년부 리더 모임에서 청년들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목사님, 목사님이 성경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 뭐에요?” 저는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청년들은 대단한 것을 기대했다가 실망한 표정으로 “에에, 목사님 그건 다 아는 이야기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는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정말정말 소중히 여기신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너희도 사람을 소중히 여기거라.”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목회하는 내내 “교회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면 교회는 “사람 귀한 줄 아는 공동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귀한 사람들을 위해서 덫을 밟을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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