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로 구분안되는 3인칭 단수 They
그와 그녀로 구분안되는 3인칭 단수 They
  • 글벗
  • 승인 2024.01.1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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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무는 독서일기) 한국 문학에서 등장한지 100여년 조금 지난 '그녀'는 언제쯤 소멸할까

남성을 지칭하는 He 여성을 지칭하는 She 아시아권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작가들을 통해서였다. 이전까지 일본에서는 이렇다할 3인칭 대명사가 없었다. ( , 일본 발음 가레) 남성 여성 모두 가리켰지만 경멸의 의미로 쓰였다.  '피'가 인칭대명사라기 보다는 지시 대명사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라기 보다는 '그것'으로 지칭되어졌다는 말이다. 메이지 시대를 거치면서 인칭대명사 () 피녀(彼女)로 나뉘어졌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한국 근대 소설가 중에 최초로 '그'를 사용한 사람은 이광수다. 이광수는 그의 일본어 소설사랑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분키치는 미사오를 시부야에서 만났다. 무한한 기쁨과 즐거움과 희망이 그의 가슴에 넘쳐 흘렀다. (‘한국 근대 소설의 문체 성립, 안영희 지음, 소명출판에서 재인용)

하지만 이광수는 한국어 소설무정에서는대신 쓰고 있다. 일본어에서 그가 ()라면 한국어 소설에서 저는 (). 저는 남녀구분 없이 조선시대에 널리 쓰이던 인칭대명사다.

김동인의약한 자의 슬픔에서 남성 여성을 모두 지칭하고 있었다. 염상섭은 일본식 표현 그대로 피와 피녀로 썼다. 근대 소설의 문체 성립을 연구한 안영희는 이들 용어가 근대 문체 언문일치를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 다시말해 중세 소설이나 판소리에 나타나는 문체는 일상에서는 쓰지 않는 문어체였던 반면 근대 소설을 열었던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에 와서 언문일치가 비로소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주어가 필요하지 않았던 문화권에 He, She 번역어 , 피녀, , 그녀가 침투한 결과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중요한 역할을 짊어지게 된다. 삼인칭 대명사 He, She 번역어가 들어와서 일본어와 한국어의 문장이 변화하고 새로운 담론체계를 만들고 더욱 새로운 소설세계를 만들었다. 새로운 담론 체계는 일본에서는 다야마 가타이, 이와노 호메이에 의해 한국에서는 이광수 김동인에 의해 실현되었다. (한국 근대 소설의 문체 성립, 안영희 지음, 소명출판)

1968년 김승옥 감독 윤정희 주연의 영화 '감자'/ 대작이 아니라 문예 영화 '길', '목로주점', '터배코 로우드'와 비교한 문구가 눈길을 끈다
1968년 김승옥 감독 윤정희 주연의 영화 '감자'/ 대작이 아니라 문예 영화 '길', '목로주점', '터배코 로우드'와 비교한 문구가 눈길을 끈다

 

주어가 필요하지 않았던 문화권이라! 문화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고맥락(高脈絡)이라 부른다. 말에만 의존하는 사회가 아니라 맥락(상황, context) 우선하는 의미라는 것이다.주어가 없어도 척하면 이고 '거시기'면 서술어와 목적어 역할까지 대충 통하는 사회는 인정이 있는 사회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모호함으로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와 너와 () 주어의 위치에 놓고 무엇을(목적어) 어떻게 것인가(동사) 정확히 구별되는 사회가 좋은가? 두루뭉술한 사회가 좋은가? 우리는주어 없음 정치적으로 희화화되었던 시대를 거쳐 지금은 과거의 인칭대명사로 성을 구분할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렇다면모호함 대세일 밖에 없다. 그와 그녀로 구분안되는저들(They)’ 3인칭 단수 대명사로 쓰이는 시대에 그와 그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게다가 본디 우리말에는 성별을 구별하는 인칭대명사가 없었다. 그렇게 보면 '그녀'는 겨우 100여년만에 소멸하지도 모른다.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의 많은 작품들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 졌다. 김동인의 감자에 나온그녀 독특했다. 소설감자 1968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많은 영화에서 각색으로 참여한 소설가 김승옥이 감독인 것에 놀랐다. 윤정희가 주연 복녀를 맡았다. ‘’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1954 ), ‘목로주점’(르네 클레망 감독, 1956), ‘터배코로우드’(Tobacco Road, 포드 감독,1941) 합금이라는 영화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 지난 독서 일기 '샤넬'

# 다음 독서 일기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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