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의 징조를 보여준 ‘피리부는 사나이’
종교개혁의 징조를 보여준 ‘피리부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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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0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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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 사나이' 알려진 그림 형제의 동화 ‘하멜른의 아이들’은 1284 6 26 독일 하멜른에서 일어난 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멜른에 어느 날부터인가 쥐가 들끓기 시작해 마을사람들은 골머리를 썪는다. 그러던 정체 불명의 사나이가 나타나 쥐를 모두 몰아내주겠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은 거액의 포상금을 약속했다. 사나이는 아름다운 피리 연주로 쥐들을 유인하여 모두 물에 빠뜨려 죽인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포상금을 아끼려 약속을 번복하자 사나이는 쥐를 유인했던 똑같은 방법으로 아이들 130명을 유인해 홀연히 사라진다. 이후 마을에는 음악이 사라졌다. 심지어는 결혼이나 축제의 날에도 음악연주는 금지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림 형제는 중세부터 내려오던 이야기를 기초로하멜른의 아이들 썼다.

그림 형제의 동화에는 ‘브레멘 음악대'라는 것도 있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당나귀가 길을 나서면서 비슷한 처지의 개와 고양이 수탉을 만나 동행했다. 배가 고플 어느 집을 들여다보니 도둑들이 맛있는 음식과 함께 장물을 나누고 있었다. 동물은 서로 기괴한 모습으로 합체해서 도둑들을 혼비백산 달아나게 만들고 오랫동안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림 형제의 이야기는 항상 단순한 동화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림형제의 동화가 융의 정신분석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융은 동화, 신화, 꿈이 충동을 상징한다기보다는, 상징으로만 말해질 있는 어떤 진실을 (원형에 따라) 표현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의 고찰은 (동화의 기원인) 신화와 동화에 종교적 차원과 진리에 대한 통찰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한다.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김태희 옮김,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 읽기2’, 교양인)

 

하멜른의 아이들에는 그럼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중세를 휩쓸었던 페스트 때문이라고도 하고 소년 십자군의 징병 이야기를 묘사했다는 주장도 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전설이고, 그래서 그림형제도 전설을 그들의 필치로 되살린 것일텐데 페스트와 소년 십자군으로 해석하면 너무 슬프다. 십자군과 페스트에 어린이들만 희생당한 것도 아니다.

필자는 이 이야기에 종교적 함의를 담아 본다. 13세기는 가톨릭 교회의 유럽 지배력이 조금씩 금이 가던 시기, 웅장한 교회 음악보다는 아이들도 관심을 가질 있는 경쾌한 피리곡이 민중들의 마음을 다스렸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음악으로 사회악인 쥐들(교회 권력) 모두 제거해 줬더니 부모들은 피리부는 사나이의 계약 조건을 파기하는 일로 배신했다. 교회에 빼앗기던 돈에는 꼼짝 못하다가 피리부는 사나이의 정당한 댓가는 무시했다. 사나이는 생각했을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해 많은 재화를 생산할 것이 아닌가? 아이들을 구출해 주자. 그래야 해피엔딩이고 가수 송창식의 ‘피리부는 사나이' 유쾌함과도 어울린다.

 

브레멘 음악대 조금 과격하다. 종류의 동물이 힘을 합쳐 도둑(지주, 영주, 교회 권력) 쫓아냈다. 피리의 선율과는 비교도 안되는 늙은 퇴물들이 내지르는 괴성이 도둑을 몰아냈다.

'피리부는 사나이 종교 개혁의 서막을 위한 준비였다면 브레멘 음악대는 농민전쟁의 이야기다. 평생을 착취당하다가 마침내는 쫓겨나서 유랑민이 되어야 했던 16세기 독일 농민들은 루터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토마스 뮌처가 이끄는 농민들의 기세가 워낙 강대하자 루터는 입장을 선회하여 영주편에 서는 배신을 하고 만다. 가진 없는 농노들은 마리의 동물처럼 가난에 지쳐 기괴해진 모습과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파이프 오르간 대신 꽹과리 등을 가지고 해방을 외치게 된다.

그림 형제의 살아온 모습을 보면 이런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야콥 그림(Jacob Grimm 1785-1863)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 1786-1859) 모두 괴팅엔 대학 교수를 지내던 중에 하노버 공작의 헌법 위반을 규탄하는 이른바 ‘괴팅엔 7교수 사건'으로 인해 공국 밖으로 추방당했다. 사람 모두 베를린 아카데미 회원을 지냈으며 야콥은 게르만 언어학의 창시자로 ‘독일어 문법' 남겼고, 민담 수집에 공을 들여 ‘독일 영웅전설' 남긴 이는 동생 빌헬름이었다. 였다. 형제의 지적 배경이라면 다양한 전문서를 남길만한데(실제로 남긴 것도 많다) 민담수집과 그것을 동화로 만드는데 일생을 바쳤다.

일본의 중세사 연구가인 아베 긴야는 괴팅엔의 주립문서보관소에서 고문서 분석작업을 하던 중에 피리부는 사나이의 이야기가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라면서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양억관 옮김, 한길사) 상세히 소개했다. 괴팅엔 대학은 그림형제가 교수로 있었던 곳이다.

아베 긴야는 이야기를 종교개혁과 연관짓고 있다.

종교 개혁 후의 새로운 생활규범은 가지 강력한 적과 싸우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시행되어야만 했다. 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중세 이래로 오랜 세월 동안 일상생활의 외적 규범을 형성해온 가톨릭 교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한 투쟁이다. 그들은 신앙의 내면성과 순수성으로 질서와 싸우려 했다. 하나는 오랜 세월 이어진 가톨릭 교회의 지배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서민 세계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던 이교적 관습, 또는 원시적 생활감정이라 있는 것과의 투쟁이다.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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