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국민 65%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26일 공표된 9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다. ‘반대한다’는 답변은 24%에 그쳤고, ‘모름/무응답’은 11%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자체 공동의뢰, 23~25일 전국 성인남녀 1005명 조사,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p,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추출, 전화면접에 응답률 15.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대 의견보다 2.5배에 가까운 국민들이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엇비슷하다.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평 지지율은 25%로 해당 기관이 윤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한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선 한국갤럽 및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각 기관 조사 기준 역대 최저치를 나타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바닥을 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흐름에 최근 가파르게 터져 나오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이 자리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해당 전국지표조사만 봐도 이러한 흐름은 분명해진다.
김건희 특검법 찬성 여론은 응답자 중 70대 이상(찬성 32%, 반대 50%)을 제외한 모든 나이대에서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도 마찬가지였다. 찬성 여론이 전국에서 고루 60% 이상을 넘긴 가운데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이 각각 58%로 과반을 넘겼다.
이념성향별 수치는 좀 더 눈에 띈다. 진보층 89%가 찬성한 가운데 중도층은 73%가 찬성했고 보수층마저 찬성 47%대 반대 45%를 기록해 오차 범위 내에서 찬성 여론이 높았다.
이쯤 되면, 김건희 특검법 강행이 광범위한 국민 여론이요, 대세라 할 만 하다. 특히나 김건희 특검법 반대 의견이 20%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인 윤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낸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리스크가 김건희 씨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을 코너로 모는 듯한 ‘단독’ 보도들이 연일 쏟아지는 중이다. 그 중 JTBC 단독 보도는 특히 주목할 만 해 보인다.
높아지는 김건희 특검 찬성 여론, 연이은 JTBC 단독 보도
이날 JTBC <뉴스룸>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과 직접 연락한 게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이 한창이던 2012년 1월 블랙펄인베스트 직원 민모 씨와 김건희 씨가 주고 받은 문자를 공개했다. 김건희 씨와 대통령실이 당혹해 할 만한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잡힌 사람들은 구속기소가 될 텐데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지난 2021년 도피 중이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포’인 김모 씨가 또 다른 공범에 전달하려 쓴 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지난 25일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공범들 중 김건희 여사만 처벌을 피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이 같은 편지를 전달했다. 또 JTBC는 검찰이 이 편지를 이미 확보했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검찰총장 출신 대선후보 부인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유력한 정황을 확보하고도 윤 대통령 측의 눈치를 보느라 수사의 속도 및 강도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만 하다.
이날 JTBC는 또 “저희는 이 편지에서 김건희 여사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하는 대목도 찾아냈습니다”라며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불안해진 '주포' 김씨가 윤석열 당시 후보의 대선 당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윤 쪽은 김 여사만 빠져나가면 나머지는 무기징역을 받든 사형을 당하든 아무런 고민 없는 사람들'이라고 쓴 겁니다”라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는 검찰의 ‘황제 조사’를 받았고, 이후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3년 전 김 씨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대통령실이 반색했다. 이대로라면 김건희 여사가 지난 추석 연휴 활발한 공개 행보를 보였던 것처럼 검찰이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김 여사의 혐의를 벗겨주는 것으로 귀결됐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JTBC 보도는 검찰 수사는 물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할 만한 내용들이 담겼다. 대부분 검찰 조사가 바탕이 됐고, 검찰 발 보도라고 볼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서 김 씨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의 향방을 뒤집으려는 세력이 잔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또다른 반전, 수심위의 최재영 목사 기소 결정과 대통령실 행정관 통화 녹취
또 다른 반전도 돌출됐다. 먼저 디올백 사건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4일 대검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추첨으로 선정된 15명 위원 중 8명이 ‘최재영 목사 기소’를 결정했다. 단 한표 차이로 결과가 갈렸다. 앞서 ‘김건희 불기소’와는 정반대 결과를 내놓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결정으로 인해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은 물론 검찰 수뇌부의 고뇌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는 지난 4·10 총선에서 경기 용인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던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과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김 여사가 이철규 의원을 통해 공천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포함된 녹취 파일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뉴스토마토>의 김건희씨 공천 개입 의혹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나온 ‘서울의 소리’ 녹취록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그동안 검찰은 김건희·윤석열 부부에게 무혐의 프리패스로 일관하며 철저하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윤석열 검찰이 과연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살권수로 선택적 수사와 보복 기소의 과오를 국민 앞에 사죄하기 바랍니다.” (지난 25일 검찰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페이스북 중에서)
윤석열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 건으로 떠오른 김건희씨 관련 의혹들은 금방 사그라들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검찰발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검찰 수사 기록은 물론이요, 공천 개입 의혹 및 녹취록의 파괴력도 그에 못지 않은 것들이다. 이에 대한 수사를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검찰에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 여론이 높게 찬성하는 김건희 특검법만이 이들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 것이다. 역대 최저치를 갱신 중인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그 생생한 증거다. 이대로라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도 어디까지 치솟을지 모를 일이다. 사면초가인 김건희 여사는 이제 무얼 할 수 있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