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포’ 정청래 당 대표를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까닭

[전인호의 이런정치 저런여론]
이재명 정부와 손발 안 맞는 정청래 대표 ‘딜레마’
강력한 공격력에도 당 지지율 하락…정무적 무능력?
당-대통령실 엇박자, 李 정부 지지율에도 부담 작용
개혁 내세웠지만 속도 못내고 내란심판도 지지부진
‘작은 전투’ 이기려 전체 전쟁 위험 빠뜨려선 안될 것

  • 기사입력 2025.11.17 18:49
  • 최종수정 2025.11.17 19:12
  • 기자명 전인호/정치평론가

지난 6월3일 대통령 선거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가장 관심이 집중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였다. 누가 당 대표가 되는가에 따라 차기 대권가도, 서울시장 후보 등에 대한 정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선 직후만 해도 차기 당 대표에는 정청래, 박찬대 외에도 김민석 의원의 도전설이 있었다. 당시 김민석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와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 상황을 일단락시킨 것은 6월 중순쯤 이재명 대통령의 김민석 총리 지명이었다. 김민석 총리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파격 발탁이었다. 김민석 총리는 이제 차기 유력 대권 주자 반열로 올라섰다. 정청래 의원으로서는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을 듯하다. 차기 대권과 관련하여 유력한 경쟁자가 너무 빨리 앞서가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당시 정청래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나가는 것은 외통수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당 대표가 되어 26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처럼 재선 당 대표를 한 뒤, 2028년 총선을 통해 당을 완전히 장악한 후 대권으로 가는 플랜을 생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세간에 퍼졌던 얘기로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에는 정청래 당 대표 체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친명 친위부대와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다수의 현역 의원들은 인천시장 출마로 마음을 먹고 있던 박찬대 전 원내대표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정청래 의원의 압승. 대선 때까지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원톱으로 뭉쳐있었던, 이른바 개딸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분화되기 시작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꽤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집권 초반부터 대통령실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청래 당 대표는 12.3 내란 이후 법사위원장을 하면서 대중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선명한 인상을 각인시켰다. ‘당 대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쾌도난마식의 행보를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당 대표 자질로 인식되었으리라. 그러나 현시점 정청래 당 대표에 대한 당내 또는 지지자들의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APEC과 대미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득점 포인트를 쌓고 지지율을 올리는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횡보 또는 하락했기 때문이다. 갤럽 기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10월 3주에서 11월 첫 주까지 54%에서 63%로 상승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9%~40% 등락 또는 횡보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용산 대통령실과 정청래 당 대표와의 갈등설은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최근에도 정 대표가‘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이려 했고,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제동을 걸었던 사례도 있다. 부산시당 지역위원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도 정 대표가‘친명’ 인사를 컷오프시키는 상황도 발생했다. 정 대표가 “싸움은 내가 하겠다. 이 대통령은 일만 하라”고 언급, 언론은 이를 두고 정 대표가 강경노선을 취하며 이 대통령과 차별화하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런 당-대통령실 간 엇박자는 결국 대통령실에 지지율 정체 또는 하락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정 대표의 정무적 판단과 여러 결정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다.

국민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신임과 지지는 지지율 60%대 중반을 유지하는 등 아직도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당의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해 40% 정도에 머무르고 있고 다수의 중도층 이탈로 고전하고 있다. 정청래 당 대표는 내란 세력 척결과 심판, 검찰 개혁과 사법개혁 추진,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 회복, 외교적 난제 돌파라는 두 갈래로 역할을 분담했지만, 현재 상황은 정 대표에 대한 원성이 높아진 모양새다. 그렇다고 여러 개혁 과제가 속도가 나고 있지도 않아서 내란세력에 대한 심판이 제대로 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곳곳에서 싹트고 있다.

집권 초반 대통령의 시간 동안 정청래 당 대표는 본인 특유의 방식, 즉 ‘닥공의 당 대포’방식으로 빛을 내려고 하고 있다. 그것이 본인의 강점을 드러내고 현실의 여러 개혁 과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길이 잘 못 되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다소 있으나, 분명한 것은 정청래 대표의‘큰 꿈을 갖는 My Way’가 26년 지방선거 승리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소한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체 전쟁을 위험에 빠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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