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롤 안되는 강속구 투수는 어떻게 경기를 망치는가

[전인호의 이런 정치 저런 여론]
올해 한국시리즈와 미국 월드시리즈 야구 결말
강속구 투수와 제구력 투수 차이가 승패 갈라
민주당, 국감에서 소리지르고 싸우며 강속구만
전략 없이 정치혐오만 양산한 초라한 성적표

  • 기사입력 2025.11.03 13:08
  • 기자명 전인호/정치평론가
2025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는 LG트윈스 선수들. SBS 방송 유튜브 화면 캡처. 
2025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는 LG트윈스 선수들. SBS 방송 유튜브 화면 캡처. 

야구 시즌이 끝났다. 한국시리즈는 LG의 통합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월드시리즈는 21세기 최초로 LA다저스가 2연패를 기록하며 32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물리쳤다. 토론토는 7회 말까지 4대2로 리드하며 우승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나, 8회와 9회에 홈런을 맞아 동점을 내주고 11회 초에 다시 결승 홈런을 맞아 눈물을 흘려야 했다. 반면 LA다저스는 전날 6회까지 선발투수로 100구 가까이 던졌던 야마모토가 하루 만에 9회에 1사 1, 2루의 위기에 등판, 11회까지 2화 2/3이닝을 막아내면서 대미를 장식하였다. 토론토는 마무리 투수가 불을 질렀고, LA다저스는 1선발인 야마모토가 마지막 위기를 막아냈다는 점이 다르다. 단기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로버츠 감독의 선택과 야마모토의 결단이 우승 반지를 거머쥐게 한 것이다.

한국시리즈를 살펴보자. 2연패를 한 한화는 홈에서 열린 3차전 8회 대거 7득점을 하며 역전승하며 기세를 올렸다. 이날 마무리는 김서현이었다. 불안했지만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 원칙에 의해 기용된 것이다. 이 경기에서는 8회에 점수 차도 많이 벌어지면서 김서현이 무난히 매듭지었다. 지난 10월 30일 4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는 선발 와이스의 역투로 8회 초까지 4대1로 앞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또다시 불안한 김서현을 마무리로 내세워 박동원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며 무너졌다. 결과는 대역전패. 만약에 이날 김경문 감독이 LA다저스 로버츠 감독과 마찬가지로 단기전의 특성에 맞는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문제는 제구력이었다. 21살짜리 어린 나이 마무리 투수가 감내하기 어려운 중압감도 있었겠지만, 문제는 김서현의 제구력이었다. 홈런을 노리고 들어오는 타자에서 1구, 2구를, 볼을 던지고, 카운트 싸움 때문에 3구를 스트라이크 잡으러 들어가는 직구를 던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통한의 악수가 되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와 월드시리즈는 요기 베라의 유명한 야구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를 상기시키기도 하지만, 한화는 잘못된 선택으로 폭망한 반면 LA다저스는 로버츠 감독의 신의 한 수로 승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로버츠는 홈런 두 방으로 극적으로 동점이 된 후, 하루 전 선발투수를 마무리로 선택하면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야구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선택이다. 자칫하면 선수 생명을 단축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초강수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하루 전 선발투수를 했던 투수가 아무리 훌륭한 투수라고 해도 다음날 마무리로 올리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런데 로버츠 감독은 어떤 믿음이 있어서 야마모토를 마무리로 기용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제구력이었을 것이다. 야마모토는 100마일씩 뿌려대는 힘 좋은 투수들보다 직구 구속은 3~5마일 떨어지지만, 다양한 변화구가 좋고, 모든 구종이 제구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야마모토가 제구가 잘 안되는 투수였다면 최종 7차전 동점 상황에 9회를 맡기진 못했을 것이다. 잘못된 선택과 제구가 안 되는 강속구 투수, 이 두 가지가 어우러져서 한화는 대등하게 끌고 갈 수 있는 한국시리즈를 한순간에 망쳐버렸다.

 

10월에 시작해서 APEC 시작 전에 마무리된 정기 국정감사에서도 잘못된 선택과 제구력 난조의 강속구가 정치에 대한 혐오만 양산하고 끝났다. 이번 국감에서는 법사위와 과방위의 모습이 다른 국감 이슈를 모두 삼켜버렸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국정감사 전부터 조희대 대법원장 출석을 단독 결정하며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법사위 소리 지르기 달인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100만을 넘는 쇼츠도 양산하며 법사위의 우량주로 등극했다. 국감 중반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과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의 막말 싸움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더니, 이후에는 최민희 과방위원장 딸 결혼식 이슈가 정국을 삼켜버렸다. 최민희 위원장은 ‘양자물리학 운운과 노무현 정신’을 얘기하는 잘못된 선택과 제구 안 되는 강속구를 계속 구사했다. 최 위원장은 여당 내에서 심각한 우려가 나오자, 국감이 끝나고서야 사과 입장 표명을 했다.

빠른 구속은 기본이다. 공격도 기본이다. 그러나 야구에서 제구가 안 되는 강속구는 아무 쓸모없듯이, 정무와 전략 없는 강공은 허망한 패배를 떠안게 된다. 추미애, 김우영, 최민희만 기억에 남는 국정감사, 더불어민주당은 왜 콘트롤 안 되는 강속구만 뿌려댔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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