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당 대표는 조국혁신당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전인호의 이런정치 저런여론] 조국 대표 체제 새로 출발
‘차기 유력주자’임에도 그간 혁신 부족·여론 못 살펴
새 체제로 전열 정비…내년 지선 전략은 쉽지 않을 듯
혁신ㆍ내년 선거 성과내려면 ‘조국혁신당’이름 버려야

  • 기사입력 2025.11.24 15:28
  • 기자명 전인호/정치평론가

조국혁신당이 조국 당 대표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조국 대표의 당 대표 수락 연설문은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여러 현안에 대한 조국혁신당의 입장을 담아내고 있다. 당면 현안인 부동산 문제에 대한 입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우클릭 행보를 견제하고 있고, 지체되고 있는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에 압박하며 내년 지방선거 시점 개헌을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특히 대선 전 4월 국회 5개 정당이 참여한 원탁회의에서 정리한 결선투표제 도입, 의원 선거 시 비례성 확대 강화, 원내교섭단체 기준 완화 등의 합의에 대해 이행을 촉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었다. 정치개혁 등 여러 가지 개혁에 대한 입장은 명확했지만, 조국혁신당 스스로가 어떻게 혁신할지에 대한 얘기가 없었다. ‘더 높이, 더 힘차게 조국혁신당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라는 선언도 아직 현실감 있게 들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 하루를 책임지는 민생정당’이라는 좋은 슬로건이 왜 가슴 깊이 박히지 않는 것일까?

11월23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조국 새 당 대표의 모습. 조국혁신당 유튜브 캡쳐.
11월23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조국 새 당 대표의 모습. 조국혁신당 유튜브 캡쳐.

그것은 강미정 전 대변인 성 비위 관련 기자회견 이후 조국혁신당과 조국 대표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니 지난 8.15 특사 이후 조국 대표의 행보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당시 조국 대표의 행동은 지지율 하락이라는 예상되는 악재를 무릅쓰고 결단한 이재명 대통령의 충심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으로 국민에게 비쳤기 때문이다.

조국 대표의 본심이야 어떠했든지 간에 범여권의 중요 인사인 조국 대표가 예상되는 세간의 여론에 대해 면밀히 살피지 않고 행동하는 것은 모든 이에게 좌절과 상실감을 주었다. 석방 후 된장찌개 포스팅도 사람들에게 먹잇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조국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초기에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라갈 논란이 꽤 있었다. 페이스북에 비춰진 강남좌파 조국 대표의 서민생활과 괴리된 모습은 그의 진심을 의심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소소한 논란은 당시에는 이슈가 되지도 않았고 총선 승리로 드러나지 않았다. 총선 승리 후 조국 대표는 차기 유력주자로 떠올랐다. 12.3 내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좋은 이미지는 이어졌다. 구속 이후 수감생활의 모습도 좋았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게 쌓아온 공덕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너무나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이제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를 선장으로 다시 앞세움으로써 어느 정도 전열을 구축한 듯하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언제 살아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어쩌면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이 이전에 쌓아온 노력보다 두 배 세배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방의원 정도는 공천에 대한 부담이 없지만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은 독자적인 공천을 할 만한 지역이 없어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 시점에 함께 치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조국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양보 없이 출마하는 것도 부담이다.

 

​11월23일 청주 오스코에 열린 조국혁신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당원들. 조국혁신당 유튜브 화면 캡쳐
​11월23일 청주 오스코에 열린 조국혁신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당원들. 조국혁신당 유튜브 화면 캡쳐

지금의 여론과 정서라면 조국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전략을 구상하기가 너무 어려운 조건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메기가 되고 국민의힘엔 코뿔소가 되겠다’라고 했다. 지난 총선 당시 쇄빙선론의 새로운 버전이다.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관한 관심이 작년 총선처럼 다시 타오를지 의문이다.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의 당이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사라지면 국민의 관심에서 사라지는 정당이 되어서는 ‘국민의 하루를 책임지는 민생정당’이 될 수는 없다. 조국 대표가 없어도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조국 대표도 살고 조국혁신당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조국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로 끝난 당 대표 선거는 조국혁신당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조국 대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의 체질을 혁신하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처음과 끝을 모두 바꾸는 모습을 주도하지 않으면 국민은 조국 대표의 주장에 대한 진정성을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성과를 만들어가려면 우선 조국혁신당이라는 당명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조국 대표가 당 대표 수락 연설문에서 밝힌 것처럼 ‘당원이 중심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과 국민주권이 조화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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