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4일 동안 치러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는 57개 주에서 몰려든 민주당 대의원, 1만 2천여명의 자원봉사자와 당원들이 즐긴 축제의 공간이었다. ‘콘서트’ 적 요소가 가미된 이번 전당대회는 정치 지망생들에게는 그야말로 꿈과 환상의 무대였다.
각 주에서 온 대의원과 지지자들은 준비해온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띄웠으며 오바마가 연호한 “그녀는 할 수 있다(Yes she can)!”과 미셀이 외친 “뭐라도 합시다(Do something)!”는 대선을 앞둔 민주당 당원들의 전투력과 정당 일체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민주당 출신으로 대통령을 연임한 클린턴 부부와 오바마 부부 등 ‘정치 슈퍼스타’들이 총 출동해 해리스를 지원하는 연설을 할 때마다 민주당 당원들은 열광했다. 특히 방송인이자 셀럽인 오프라 윈프리의 ‘깜짝 등장’은 ‘미디어 친화적’인 민주당 선거 캠페인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윈프리는 해리스 캠프의 슬로건인 ‘자유는 공짜가 아니고 미국은 현재 진행형인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we not going back)”고 외쳐 환호성과 박수를 받았다.
미국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해리스가 ‘건국 이래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란 성 정체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낙태’, ‘소수 인종’ 등 전통적인 민주당의 의제에 집중하면서 민주당 후보들의 약점이었던 ‘엘리트 이미지’와 ‘정치적 올바름’을 피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해리스는 ‘당신의 친근하고 재밌으며 즐거운 친구’가 자신임을 알려 나가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리더라는 역할도 부여받는 미국 대통령의 후보직을 수락하겠다는 연설에서 해리스는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밝히는 과정을 통해 평범하지만 소소한 행복이 있었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노동자와 중산층의 삶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임을 강조했다.
또한 해리스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으며, ‘강한 중산층’의 존재 여부는 미국의 성공에 중요하기 때문에 ‘중산층 구축’은 대통령 임기 동안 핵심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의 ‘강한 중산층’ 육성과 이재명의 ‘먹사니즘’
한편, 한국의 민주당 전당대회는 차기 대표이자 차기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확고부동한 사실을 재확인하는 전당대회였기에 최고위원 선거의 순위 경쟁이 더 관심을 끌었다.
전당대회 초기 ‘원외 돌풍’을 일으켰던 정봉주 후보의 낙선은 ‘명팔이 척결’ 발언이 결정타였고 정 후보의 전략적 판단 실수가 한몫 했다. 윤석열 정권과 치열하게 싸우는 상황에서 당내 분열을 조장하는 인사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당심의 기류를 정 후보는 읽지 못했다.
이제 이재명 신임 당대표와 새로운 지도부의 과제는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이재명 후보가 이야기했던 ‘먹사니즘’과 기본사회를 추진할 수 있도록 당의 정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원내에 속해있는 정책위원회를 당으로 편입시키고 당론 형성을 돕는 조직으로 변화시켜 현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정책 의제 공론화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둘째 이번 전대를 강타한 당원 주권이 구조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구당 부활에 대해서 여당과 정치적 협의를 시작하고 자발적인 당원 조직에 대한 예산 지원을 시도한다. 당내 교육연수 기능을 더욱 확대 강화하여 당원들의 정치 의식을 고양시켜야 한다. 또한 정치 리더가 되길 희망하는 인적 자원에 대한 육성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한국의 민주당이 처한 정치 현실은 비슷한 점이 있다. 진영화된 정치 지형, 정치의 사법화 현상 등이다. 하지만 해리스의 민주당과 이재명의 민주당은 그동안의 반목과 대립을 뛰어넘어 집권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 그래서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선거 캠페인과 경제를 중심에 두는 정책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