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을 가려낼 판사가 부역자가 되었다 – 인혁당과 이재명 파기환송이 흡사한 점

(꼬리를 무는 독서일기) 정의를 배반한 판사들

  • 기사입력 2025.05.04 01:04
  • 최종수정 2025.05.04 01:55
  • 기자명 글벗

한스 페터 그라베르의정의를 배반한 판사들 - 판사들은 불의와 타협하는가’(정연수 옮김, 진실의 ) 사법부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라는 이상과 달리, 불의에 동조하거나 침묵한 사례를 역사적으로 조명한다. 나치 독일, 남아프리카 아파르트헤이트,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사법부를 분석하며 판사들이 정의를 외면하는 이유를 탐구한다. 최근 한국의 12·3 내란’ 사태는 책의 질문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에도 불구하고, 지귀연 판사가 내란 우두머리의 구속을 취소하며 사법부의 침묵을 상징했다. 이번에는 조희대 대법원이 유력 후보 이재명을 유죄취지의 파기 환송을 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첫째, 구조적 압박과 권력의 종속은 판사들이 불의에 동조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그라베르는 사법부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함에도 정치적·경제적 권력에 굴복한다고 지적한다. 나치 독일에서 판사들은 히틀러 체제의 법률을 형식적 정의로 받아들이며 유대인 박해를 정당화했다. 한국의 유신정권 시기, 사법부는 국가보안법을 남용해 민주화 운동가를 탄압했다. 12·3 내란’ 사태에서도 사법부는 위헌적 계엄을 묵인하며 권력의 압도적 힘에 순응했다.

둘째, 윤리적 무감각과 법률주의 맹종은 판사들이 불의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게 한다. 그라베르는 남아프리카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판사들이 인종차별 법을 도덕적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이는 법의 권위에 복종하는 판사의 속성과 엘리트 의식에서 비롯된다. 12·3 내란’ 사태에서 사법부의 침묵은 법률주의에 갇힌 윤리적 둔감함을 드러낸다. 판사들은 권위주의 정권이 입법화한 억압적 법을 무시하지 못하고, 이를 정당한 법원으로 받아들인다.

 

셋째, 개인적 두려움과 기회주의는 판사들이 불의에 침묵하게 만든다. 그라베르는 판사들이 승진, 사회적 인정, 안전을 위해 부당한 판결을 내리거나 침묵한다고 본다. 나치 체제에서 저항한 판사는 소수였고, 대부분은 보복을 두려워했다. 한국의 사법농단 사건에서 이탄희 판사는 일부 판사가 행정처의 부당한 지시에 순응했다고 폭로했다. 12·3 내란’ 사태에서도 사법부는 개인적 안위를 우선시하며 권력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라베르는 양심을 지킨 판사들의 사례를 강조한다. 나치의 안락사 프로그램을 거부한 독일 판사나 노르웨이 대법원의 저항은 판사의 용기가 불의에 맞설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불이익 없이 정의를 수호했다.

 

한국 사법부는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조희대의 판결로 재확인했다. 이는 1975 인혁당 사건과 매우 흡사하다. 한국 최악의 사법살인이었던 인혁당 사건은 선고 하루 만에 8 전원을 살해하고 일부는 가족의 동의도 없이 화장했다. 더욱 가증스러운 일은 선고 하루 전에 이미 사형 시설을 점검하고 사형집행 준비를 만반에 마쳤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무려 7만쪽에 달하는 재판 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한데 대법관 10명은 모두 읽었다고 강변한다. 전자열람을 위한 로그인 기록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인혁당처럼 결론을 미리 내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그라베르는 사법부가 정의를 배반하지 않으려면 구조적 개혁, 윤리적 각성, 개인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국은 사법부의 예산·인사 독립성을 강화하고, 판사 교육에 윤리와 사회적 맥락을 포함하며,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 한다. 시민의 감시와 참여도 필수다. 대한민국은 독재정권이 사법부를 손아귀에 두기 위해 대법관 수를 제한하고 그들에게 무한 권력을 쥐어줬다. 부역자들은 자신들이 주구(走狗)인지도 모르고 운운하며 악행을 일삼아 왔다. 대법관 수를 파격적으로 늘여야 한다. 민주당 개혁안의 30명도 적다.

꼬리를 무는 독서일기 지난 주제 : 부역자

꼬리를 무는 독서일기 이번 주제 : 판사의 부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