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한국대중문화에술산업의 전체 규모는 6조 4,210억원이었고 그 중 해외 매출은 8,742억이었다. 이 매출은 모두 아이돌그룹이 선도했다고 봐도 무방한데 그 중 BTS가 단연 발군이었다. 방시혁 의장은 JYP 에터테인먼트있다가 독립해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지금의 하이브)를 차리는데 BTS로 엄청난 부를 창출했다.
이전의 3대 기획사인 SM(이수만), YG(양현석), JYP(박진영)가 모두 연예인 출신이 만든 기획사이지만 빅히트의 방시혁은 작곡가와 기획자라는 점에서 연예인은 아니었다.
선두를 달리던 방시혁이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법정싸움까지 가게 됐다. 싸움의 외피만 보자면 뉴진스를 키워낸 민희진이 독립행보를 하는 것처럼 보였고 방시혁은 그것을 경영권 탈취시도로 여겼다. 그러나 외피 내면에는 엔터산업의 미래를 포함한 복잡한 사정들이 얽혀 있다.
기획사와 레이블을 두고 흔히 기획사는 소속사, 레이블은 음반사를 지칭하는 용어라고 설명하지만 올바른 설명은 아니다. 기획사는 글자 그대로 음반, 공연, 굿즈, 부대사업 등 모든 것을 기획하는 전략본부실이고 레이블은 거대 기획사 안에서 무시되기 쉬운 다양한 음악형태의 특수성을 존중해주고 해당 레이블이 그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독립시켜 준 조직이다. 이런 형태는 출판사에서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거대 출판사가 모든 종류의 책을 다 출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개발서’ ‘인문학서’ 'AI' 등의 출판을 독립적으로 보장해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하이브 산하에는 쏘스뮤직(르세라핌), 도어(뉴진스),빌리프랩(아일릿),플레디스(투어스) 가 있다.
즉, 하이브는현재 K-Pop산업을 과거이 장기 육성형에서 탈피해 공장에서 포드 자동차를 찍어 내듯 단기 양산형으로 전환을 꾀합니다. 말 그대로 테일러리즘(Taylorism)입니다. 멀티 레이블은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시스템입니다. 자회사 간 경쟁을 통해 상품 생존력을 높이거나, 시장에서 유의미한 반응을 얻지 못하면 상품을 폐기하는 데에도 유용합니다만 최종목표는 이것입니다.
“하나의 레이블에서 만들어진 성공 방정식을 다른 레이블에 빠르게 변형 이식하여 확산”
(별샛별, ‘하이브VS 민희진’, 시빌대전, 얼룩소 출판)
하이브 주요 경영진에는 네이버 넥슨 NC소프트 등 정보기술 기업출신이 많다고 한다. 하이브는 일찍이 K pop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AI시장에 뛰어 들었다. 2021년 김광석이 목소리를 재현한 것으로 유명한 ‘수퍼톤’이라는 AI 오디오 전문 기업의 지분 56.1%를 하이브가 갖고 있다. 이처럼 하이브는 엔터에서 테크로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 중이다. ‘위버스’라는 플랫폼도 만들었다.
최근 하이브의 이러한 동향을 종합하면 기존의 아이돌 배출 방식과는 결별한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간 내에 치고 빠지면서 최고의 수익을 거두는 ‘단타’방식이다. 민희진이 1000억(에서 4천억) 자산가란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뉴진스 5명이 그 동안 벌어 들인 돈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예전처럼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의 임금을 착취하는 것은 현단계에서 불가능하다. 가족의 굴레 안에서 바보처럼 뜯긴 박수홍은 특이한 경우다. 동업자로서의 가족은 자녀와 함께 기업가치를 올리고 싶어한다. 그러기에 이번 싸움에 가족이 참전해서 민희진 편에 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모상으로는 하이브와 비교도 되지 않은 신생기업과 레이블 간의 싸움에서 희생된 걸그룸 ‘피프티 피프티’의 경우와 뉴진스는 다르다. 싸움이 쉽게 결론나지 않을 것이다.
기업가적 마인드에서 하이브측은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이 평생 먹고 살고도 남을 것을 해 주었면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을 가질 수도 있다. 반면 내 ‘새끼’들의 음악만 고려하면 이런 논리는 개저씨(감이 떨어지는 아저씨들) 마인드일 뿐이다. 민희진은 기자회견에서 ‘개저씨’, ‘맞다이(1:1로 싸워보자는 의미)’를 써가며 자신을 대변했다.
진보 진영에 영향력있는 스피커들인 김어준(뉴스공장), 최욱(매불쇼)는 대체적으로 하이브의 손을 들어주는 편이다. 뉴진스는 레이블 어도어 소속이 아니라 기획사 하이브 소속이며 뉴진스의 인기를 만들어 낸 민희진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금전적으로 이득을 얻을 만큼 얻지 않았냐는 것이 아저씨들의 논리다. 그렇다고 정말 어도어 측이 음악만 고려하는 ‘순수’레이블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기에는 언급되는 액수가 너무 천문학적이다. ‘음악’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이미 없어져 버렸다.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지난 주제 #페미니즘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이번 주제 #뉴진스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다음 주제 #김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