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와 창조과학의 기묘한 공통점

  • 기사입력 2024.11.02 03:00
  • 최종수정 2024.11.14 06:53
  • 기자명 글벗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2004 4 17 총선,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총선 헌법재판소는 한나라당( 국민의 ) 주도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시켰다. 행정부와 입법부 권력을 넘기고 우파들이 기대왔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 마저여론’(보수세력이 아닌) 굴복했다.

IMF이후 김대중의 집권과 IMF 극복, 그리고 연이은 노무현의 등장은 저들에게는 악수(惡手) 악수였다. 게다가 노무현은 기존의 정치 문법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것은 좌우를 막론하고 엘리트 정치에 의존해온 모두에게 위협이기도 했다.

결국 노무현의 실험은 위기에 처했고 보수의 위기를 대변해 언론마저 앞다투어 노무현을 공격했다. 진보언론으로 구분되는 한겨레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겨레의 주류들은 바로 엘리트 정치, 엘리트 중심의 시민 사회와 편이었기 때문이다.

보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04 10 류근일 신지호 김진홍 등이 회동했고 동아일보가 공론화했다. 뉴라이트라는 용어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동아일보 정치부장이던 2004년에 작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아일보는 뉴라이트 기획을 2004 11 8일에 시작해서 무려 25회에 걸쳐 연재됐다. 동아일보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집단”, “합리적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범보수·중도그룹”으로 규정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안전한 단어이면서 실체가 불분명한중도 가져오면서 노무현 고립화 정책이 더더욱 가속화되었다.

이래서 두고 두고 아쉽다는 말이다. 결국 노무현은 정권 연장에 실패했고 어설프게 뉴라이트 이명박 흉내를 내던 정동영은 참패했다. 결말은 뉴라이트의 성공이었을까? 건국절 논쟁이 촉발한 역사 논쟁, 일제 강점기 범죄에 대한 물타기 등으로 뉴라이트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2012 주간 경향은 뉴라이트의 몰락이라고 썼다. 이명박의 실정탓이다. ‘NL 현대사 저자인 한겨레 박찬수 기자는 뉴라이트의 시조를 NL운동권으로 본다.

뉴라이트’가 처음 출현한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4 무렵이다. 그해 11 서울 명동에서 운동권 출신 70여명이 모여 자유주의연대라는 단체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의 진보적 지향, 특히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구체적 대안이 결여된 섣부른 자주외교는 - 동맹의 표류와 대북 안보 불감증의 확산을 초래했다”고 출범 이유를 밝혔다. 단체의 핵심 다수는 ‘엔엘(NL·민족해방) 전향파’들이었다.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던 ‘강철’ 김영환씨가 주도한 잡지 ‘시대정신’이 뉴라이트 탄생의 이념적 기반이 됐다. 북한을 추종하다가 반북(북한 민주화)으로 돌아선 뉴라이트는 보수 진영엔 매우 유용한 무기였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게 두번이나 정권을 뺏긴 기존 보수세력은 이들에게 ‘뉴라이트’(신보수)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보수 부활의 전사가 되길 기대했다.(2024년 8 21)

 

하지만 뉴라이트는 보수의 전사가 되지 못하고 숱한 논쟁거리만을 양산했다. 이영훈을 대표 필자로 반일종족주의’(미래사,2019)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이라는 부제를 달고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했다. 주간경향이 몰락했다고 7 만의 부활이었다. 이들이 경제사를 전공한 학자들이라고는 하나 이들이 준거틀로 삼은 사료들은 왜곡되었다. 전강수는 이렇게 쓴다.

만만해 보이는 국사 교과서나 조정래 작가의 소설, 그리고 신용하 선생의 저서를 비판하며 한국 역사학계가 거짓말을 늘어놓았다는 결론을 도출했으니, 부조적(浮彫的) 수법을 구사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부조적 수법이란 자기 견해를 입증하는 데에 유리한 사례만 선택해서 부각하거나 비판하는 논리 전개 방식을 뜻합니다.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방식인 만큼, 객관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학자로서는 절대 채용하면 되는 서술 방법입니다.

(전강수, 반일 종족주의의 오만과 거짓, 한겨레 출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대표적인 창조과학 신봉자다. 문재인 정부에서 창조과학을 옹호하는 사람이 장관직에서 낙마했지만 정부들어서는 끄떡없다. 지난 10 27 기독교 집회의 100 기도문 중에 안창호를 위한 기도도 있다. 그간의 인권위원장들을 비판하면서 말이다. 10.27집회의 100 조항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뉴라이트와 창조과학의 공통점은 모두 우파라는 것이다. 정도로 기묘하다고 없다. 모두가 엘리트 주의자다. 뉴라이트가 역대 대통령 순위에서는 최하위를 겨루는 이승만을 자꾸 띄우려는 의도다. 이승만은 역대 대통령 최고의 학력을 자랑한다(프린스턴 박사). 창조과학회도 KAIST 교수들이 많다는 점을 들어 창조과학의과학성 증명하려 한다. 한국 초대 창조과학회의 발기인 명단을 보자.

김영길(KAIST 재료공학과 교수), 정명균(KAIST 기계공학과 교수), 김정욱(KAIST 환경공학부 선임연구원), 남수우(KAIST 재료공학과 교수), 노정구(KAIST, 생물공학부 선임연구원), 양승훈(KAIST 물리학과 박사과정 학생), 유병우(KAIST 지역개발부 선임연구원), 이은호(KAIST 환경시스템부 선임연구원), 장근식(KAIST 항공공학과 교수), 문한규(한국표준연구소 재료시험실장), 민성기(홍릉기계), 송만석(홍릉기계), 유완영(한국전기통신연구소 부소장), 김해리(서울대 생화학 교수), 심영기(고려대 화학과 석사과정 학생), 최영상(고려대 화학과 교수), 김정기(중앙대 전자과 교수), 채명준(한양대 화학과 교수), 웨슬리 J. 웬트워드(텔레스코픽 엔지니어링사

 

이것이 기묘하다는 것이다. 우주와 생물의 기원을 연구하는 천체물리학, 고생물학, 지질학 등의 전공자가 명도 없다. 그들의 화려함은 소속 단체에서 드러나지 전공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뉴라이트도 마찬가지다.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이 대부분 경제사학자들이라고는 하나, 그리고 경제사가 역사의 중요한 분야이기는 하나, 그러나 정통사학자는 없다. 그들은 전강수가 말한 부조적(浮彫的) 수법을 이용한 학자들이다.

정통 전공자가 없는 한국 역사와 과학에 대한 그들만의 리그, 이것이 기묘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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