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에게 명예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건가

  • 기사입력 2025.01.21 18:33
  • 최종수정 2025.01.22 01:33
  • 기자명 글벗

대부분의 국가에서 군인은 신분 특유의 고충과 위험 때문에 명예로운 지위가 보장된다. 1847 브록하우스 대백과사전에 실린 내용이니까 아주 오래전 일이다. 2012 독일 공무원 연맹의 직업별 명성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 군인은 15위를 차지했다. 지붕 수리공과 우편배달원 다음이었다.(책 중에서)

2 대전 독일군으로 참전했다가 미군포로수용소에서 지냈던 볼프 슈나이더의 전쟁 그가 포로 수용소 시절부터 고민해온 내용을 담았다. 이후 그는 독일의 유명한 언론인이 되었다. 그는 군인에게 덧입혀진 명예 애국심 등을 하찮은 것으로 본다.

목차만 봐도 군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읽힌다. 5부의 제목은무엇으로 강요하고 속여 넘겼을까. 숭고한 애국심이니 그런 없이 그냥 혹독한 훈련으로 그들을 세뇌하며 훈장을 당근으로 제시한다. 심지어 다채로운 천에 속아, 나팔에 속아 나갔다는 말이다. 다채로운 천이란 군기(軍旗) 말하는 것으로 특히 중세 전쟁에서 형형 색색의 깃발들이 나부꼈다. 6부의 제목은 냉혹하다. 군인들이어떤 꼴로 죽었을까. 불쌍하고 초라하게, 경악스러울 정도를 끔찍하게 나플레옹과 히틀러를 위해서다. 국가를 위한 장렬한 죽음 같은 것은 없다.

전쟁 후에 넘쳐나는 영웅담들에도 과장이 많다.  2 대전 영국의 버나드 몽고메리(Bernard Montgomery) 독일의 에르빈 롬멜(Erwin Rommel) 유럽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주요 군사적 대결을 벌인 명의 전설적인 군사 지도자다. 그들은 상대방을 존중했으며 영국 야전 병원에 식수가 떨어지지 독일측은 식수차를 보내주었으며 그에 대한 답례로 영국은 위스키와 통조림을 가득 보내 주었다. 두 전설과 함께 했던 병사들은 전쟁 후에도 계속 만나 전설적인 영웅을 기린다. 책에 따르면 2012년에도 이집트 엘알라메인에 모여 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볼프 슈나이더는 이런 신사적인 기억들에 묻혀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있음을 지적한다. 로멜은 엄청난 인종주의자로서 같은 전범국인 일본을 엄청 무시했다. 일본과 독일이 이라는 사실을 못 견뎌할 정도였다. 로멜의 이런 입장이 그로 하여금 반히틀러 혁명 기도였던 발키리 작전에 함께 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들은 결국 종전 이후에도 인종 학살 문제 같은 것으로 비화(飛火)한다.

이렇게 총사령관이 영웅이 되는 과정에서 대다수 군인은 희생자였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영웅과 희생자, 괴물들의 세계사. 군인은 인류 역사에 가장 고통을 가해자인 동시에 가장 고통 받은 피해자였다.

저자는 갈수록 전쟁에서 군인의 역할은 축소되고 기술이 전쟁을 이끈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것이 드론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인류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군인에게 거대한 전환점이 다가온 것이다. 그래서 슈나이더는 군인을, 역사를 돌아보기를 제안한다. 군인의 역사는 전리품과 명예, 피와 쾌락을 좇는 욕망의 역사였고, 동시에 규율과 복종, 신앙과 이데올로기로 통제된 희생과 억압의 역사였다.

전환의 시기에 군인, 특히 고위급 장교들은군대라는 조직의 해체가 두렵다. 기술과학의 발전으로 없어질 직업이 하나 둘인가? 군인들은애국심등으로 포장한 그들의 호시절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12.3 계엄에서 군인들의 이러한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다행히(?)' 한국은 북한이라는 적대 세력이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국민이 군대의 존재이유에 대해 강압적으로 학습되어 있다. 북한을 자극해서라도 군대의 존재 이유를 홍보해야 하는데 아무리 도발해도 저들은 꼼짝하지 않았다.이에 마음이 급해진 윤석열은 몇몇 장군들에게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보자며 계엄에 끌어 들였다. 자신들의 행위가 위법인지는 관심없었다. 계엄을 통해군인 나라를 책임지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그래서 흔쾌히 수용했고 자신의 군인들을 소집했다.

반면 군대 조직에 지분이 없던 동원된 군인들은 생각만큼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계엄이 실패로 귀결될 밖에 없는 첫 징조였다.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불려 나온 장군들이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대해명예운운하며 허리를 곧추세운다. 부끄러움을 모른다. 어디 그들에게 명예라는 것이 있기는 했던가?

온갖 화기로 중무장한 군인들을 물리친 것은 시민들의 힘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군인들을 전쟁으로 끌고 나갔던다채로운 대신에 시민들은 해학과 위트가 담긴 자기들만의깃발 들었다. 또한 두텁고 위압적인 군복대신에 은박지로 추위를 견뎌내며 마침내 승리를 쟁취했다.

볼프 슈나이더(박종대 옮김), '군인', 열린 책들

1954년 제작된 헨리 무어의 ‘방패를 든 전사’. 팔 하나 다리 하나 두 눈이 없다. 이것이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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